"하늘을 가르고 임하소서 – 기다림의 신앙"
본문 : 이사야 64장 1–9절
[서론 : 기다림의 힘을 잃어버린 시대]
우리 시대는 기다림을 어려워하는 시대입니다.
음식도 즉석으로, 배송도 당일로, 문제도 즉각 해결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신앙은 언제나 기다림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다윗도, 그리고 초대교회 성도들도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믿음을 지켜왔습니다.
대림절은 기다림을 회복하는 절기입니다.
예수님의 초림을 기억하며, 다시 오실 주님을 소망하며,
일상 가운데 하나님이 일하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마음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이 깊은 절망 속에서 하나님을 기다리던 시대에 주어진 말씀입니다.
그들의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는 기다림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간절히 사모하는 기다림,
“하늘을 가르고 내려오소서”라고 부르짖는 외침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본문을 통해
대림절이 우리에게 무엇을 회복시키는 절기인지,
하나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본문 배경 : 절망 속에서 올려 드린 기도]
이사야 64장은 바벨론 포로 후기, 이스라엘이 극심한 혼란과 실패 속에 있던 시대의 기도입니다.
성전은 무너졌고, 국가는 사라졌으며, 신앙은 흔들린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멀리 계신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절규합니다.
“원하건대 주는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시고”(1절)
히브리어 동사 ‘가르’는 ‘찢어버리다’, ‘터뜨려 열다’라는 강한 표현입니다.
즉, “하나님, 우리 역사에 강력하게 개입해 주십시오.” 라는 절박한 고백입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죄를 정직하게 고백합니다.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으며… 죄악이 바람 같이 우리를 몰아가나이다”(6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붙듭니다.
“그러나 여호와여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 우리는 주의 손으로 지으신 모두 주의 백성입니다”(8절)
이 절망 속 고백, 죄와 실패, 포기됨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기도
바로 여기에서 대림절 신앙이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사람의 영적 마음이 본문 전체를 흐르고 있습니다.
[본론]
이 본문은 대림절을 보내는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가?”
“무엇을 붙들고 기다리고 있는가?”
1)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사람은 하나님이 역사하시기를 간절히 갈망합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원하건대 주는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시고”(1절)
여기서 ‘가르고’라는 표현은
단순히 문을 여는 정도가 아니라 막혀 있는 것을 강하게 찢고 들어오시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절망 가운데 있었기에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셔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도했습니다.
특히 2절에서
“불이 섶을 사르며… 불이 물을 끓게 함같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임재가 오면 정체된 역사가 다시 끓어오른다는 의미입니다.
오랫동안 멈춘 것 같아 보였던 하나님의 일하심이
한순간에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믿는 신앙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기도해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사역을 해도 열매가 보이지 않고,
문제는 엉켜만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럴 때 종종 환경 변화만을 구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기도는 환경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림절이 주는 영적 힘입니다.
대림절은
“내 삶의 어려움이 없어지기를 원합니다”가 아니라
“주님, 그 어려움 속에 임하소서”라고 기도하게 만드는 절기입니다.
가정의 문제든,
관계의 갈등이든,
또는 사역에서의 답답함이든,
하나님이 임하시면 달라집니다.
이스라엘은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하늘을 찢고 임해달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고백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주님, 제 삶과 교회, 우리 시대 가운데 강림하옵소서.
제가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님이 일하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이 갈망이 진짜 기다림의 시작입니다.
2)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사람은 자신의 죄를 정직하게 직면합니다
6절의 고백은 이사야 전체에서 가장 깊은 회개의 언어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으며…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이스라엘은 포로생활 동안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들의 죄가 나라의 멸망을 가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의로움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더러운 옷’이라는 표현은
히브리 문화에서 제의적으로 부정한 옷,
즉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하나님을 기다릴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기다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마음이 편안해서 기다리는 것.
둘째,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하나님을 더 의지하며 기다리는 것.
대림절의 기다림은 두 번째입니다.
회개 없이는 기다림도 없습니다.
웨슬리가 말한 성화의 출발점도 바로 “죄의 자각”입니다.
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회개의 열매를 맺으시고,
회개가 일어날 때 하나님의 임재를 담을 공간이 생깁니다.
본문에서 이스라엘은 이런 기도를 합니다.
“우리 죄악이 바람같이 우리를 몰아가나이다.”
죄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아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은혜를 붙들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죄를 죄라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스스로를 속이며 괜찮다고 위로하려는 마음,
심지어 사역 속에서도 하나님보다 나의 만족을 더 우선시하는 태도…
그러나 하나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자기 안의 죄를 정직하게 마주합니다.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은 평안해 보일지라도,
내부에 해결하지 않은 상처와 갈등이 있다면
먼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해져야 합니다.
“주님, 제 중심을 비추어주옵소서.
회개하게 하소서.
주님을 기다릴 수 있는 순결한 심령이 되게 하옵소서.”
대림절의 기다림은
죄를 고백하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3)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과 언약을 붙들고 기다립니다
이사야 64장의 절정은 8절입니다.
“여호와여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 우리는 주의 손으로 지으신 모두 주의 백성입니다.”
자기 죄를 고백한 이스라엘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하나님의 성품을 바라봅니다.
자신들이 실수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 하나님께 돌아가야 한다는 신앙적 확신을 갖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는
그분이 징계하셔도 버리지 않는 분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이 고백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시 빚으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대림절은 바로 이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기다림의 끝에서 무엇을 봅니까?
하늘을 찢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기도에 침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죄와 절망, 흑암과 혼란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침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하나님의 언약이 파기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님은 다시 오십니다.
그날까지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약속을 붙들고 기다립니다.
오늘 우리가 기다리는 분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새롭게 빚으시고,
우리의 가정을, 교회를, 삶의 모든 영역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기다리는 것은 불안이 아니라 소망입니다.
기다리는 것은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붙드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성숙입니다.
[결론 :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삶으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대림절 첫 주에 우리는 다시 이 고백을 들었습니다.
“하늘을 가르고 임하소서.”
이 고백은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다가옵니다.
하나님이 임하시면 길이 열립니다.
하나님이 임하시면 회복이 시작됩니다.
하나님이 임하시면 삶이 새로워집니다.
대림절은 단순히 성탄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심령을 깨워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가 이와 같기를 바랍니다.
“주님, 제 가정과 내 삶에 임하소서.
깨진 관계에, 흔들리는 마음에, 지친 일상에,
상처와 고민과 염려 속에
하늘을 가르고 임하소서.”
그리고 그 기다림이
우리의 삶을 더욱 경건하게 만들고,
더 깊은 회개로 이끌며,
예수님을 더욱 선명하게 바라보게 하기를 바랍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반드시 오십니다.
그분의 오심이 우리 모두에게 새 생명과 새 희망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설교자료 > 절기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림절 3주차 설교] 기쁨이 임하는 자리(누가복음 1:39–56) (0) | 2025.12.13 |
|---|---|
| [대림절 2주차 설교] 주의 길을 준비하라 – 회개의 기다림(마태복음 3장 1–12절) (0) | 2025.11.30 |
| [맥추감사주일 설교, 출애굽기23:14-19] "절기를 지켜 감사하라" (1) | 2025.06.22 |
| [부활절 설교, 마태복음 28장 설교] "두려움에서 기쁨으로, 사명으로" (0) | 2025.04.16 |
| [종려주일 설교, 시편 118편 19-29절 설교] "호산나! 구원의 문이 열리다" (0) | 2025.04.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