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질 때 쯤 [minolta, x-300]
25살, 봄은 훌쩍 지나고 막 더워질 때 쯤... 처음엔 촛점 잡는 것도 어려워, 필름을 여러통 날려먹었고, 홍명 카메라 사장님은 매번 핀잔을 주셨던..ㅎㅎ 그런 시기를 지내고, 수동 필카가 점점 손에 익어가던 그 때쯤의 사진들.ㅎㅎ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때의 그 느낌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제법 더워진 어느 날, 학교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하던 어떤 학생, 왜관에서 대전으로 오는 기차를 기다리며 한장, 학교 조경수 아래 피어있던 민들레 꽃... 디지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신중함이, 훗날 이런 섬세한 기억을 선물해준다. 이래서 필카가 좋다.
2020.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