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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향, 지금은 없어진

by 망고를유혹하네 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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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도계, 산골짜기 골짜기 골짜기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것은 산,
앞에도 산이었고 뒤에도 산이었던 동네였다.

지금은 유리박물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막상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거 같다.

이곳은 탄광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강원도 태백, 정선, 도계.. 한국의 산업의 바닥을 일군 곳들이다.
한때는 이동네 개들도 만원짜리 물고다닌다고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예전의 그 영광은 모두 사라지고,
몇몇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진 속 집은 내가 4학년쯤이었나? 그때부터 살던 집이다.
석탄공사합리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탄광이 폐광되었고,
탄광에서 일하던 분들은 모두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났다.
당시에는 모두가 서둘러 떠나느라 남겨진 이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어느날 갑자기 학교가 텅 비어버린 것이다.
물론, 어른들이야 서로 인사하고, 작별했겠지만,
우리 꼬마들에게는 갑자기 들이닥쳐버린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를 비롯한 두어집만 남게 되었는데,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사택 한채만 남겨두고, 모두 헐어버린다고 해서,
강제 이주(?)를 했다. ㅎㅎㅎ
사진 속 마을의 터(?)가 신사택이다.
물론, 구사택에 남은 이들도 몇몇 있었다.
다같이 내려왔으면 좋았을텐데,
아마 그들은 곧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서 그랬을까?
하여간, 우린 이사를 했다.

이곳에서 2-3년을 생활했다. 학교가 너무 가까워져서 종치기 5분전에 집에서 나가도 될 정도였다.
허허벌판에 덩그라니 세워진 집이 썰렁해보이나, 저때는 그런 것도 느끼지 못했다.
넓은 공터가 생겨서 동네 몇몇 아이들과 쥐불놀이도 신나게 할 수 있었다.
집을 헐어버리고 생긴 공터에는 갖가지 채소들을 심었다.
수박, 오이, 토마토, 딸기, 참외, 상추... 등등 바야흐로 자급자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어찌보면 외로운 시간이었을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나름의 행복이 내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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