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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사회복지

영화 '장미의 이름'

by 망고를유혹하네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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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기독교, 수도원, 살인사건, 추리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이러한 영화의 소재들만으로도 나를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중세의 기독교에서는 종교지도자들의 청빈에 관한 문제가 교회내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결론짓기 위해 각 교단에서는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수도사들을 파견하였다. 이를 위해 숀 코넬리가 연기한 프란시스코 수도사 윌리엄도 그의 제자와 함께 베네딕도 수도원으로 왔다. 수도원에 도착한 윌리엄은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간파하자 수도원장은 그에게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부탁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수도사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그 죽음의 형태가 요한계시록의 예언대로 이루어지자 수도사들 사이에서는 악마의 소행이라며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윌리엄은 죽은 수도사들의 혀와 손가락이 모두 검게 변해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도원에서 금기시하며 숨기고 있는 에 단서가 있음을 간파하고 그 책을 찾기 위해 수도원의 비밀 서고로 잠입해 들어간다. 서고에서 몰래 도망치던 수도사를 쫒던 중 윌리암의 제자 앗소는 수도원 밖의 마을에 사는 한 여인과 밤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베리나르 드 귀에 의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앗소는 그녀로 인해 괴로워한다. 윌리엄과 앗소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서고의 밀실을 찾아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수도원의 주인행세를 하며 수도사들에게 금기시된 책을 읽지 못하도록 했던 장본인인 호르헤를 만나게 된다. 호르헤는 윌리엄에게 금서를 읽게 하지만 윌리엄은 이미 책에 독이 뭍어 있는 것을 간파했기에 손에 장갑을 끼고 책장을 넘겼다. 호르헤는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자 독이 뭍은 책귀퉁이를 먹음으로 자살을 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화형의 위기에 있던 여인은 죽음을 면하게 된다. 어수선해진 수도원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베르나르 드 귀는 도망치려하지만 도망치던 중 참혹한 죽음을 맞게 된다.

결국 수도원에서 일어난 죽음은 마녀의 소행도 계시록의 성취도 아닌 어느 늙은 수도사의 잘못된 가치관과 종교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벌어진 참혹한 살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영화 속 몇가지 설정과 인물들의 대립은 나를 영화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첫 번째 수도사 윌리엄의 추리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그는 상황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판단도 정확했으며 날카로웠다.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윌리암은 주변 사라들의 주장이나 외부의 압박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보았고, 그 문제에 집중했다. 추리소설과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겐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두 번째 윌리엄을 따라다니는 앗소라는 인물은 때론 어수룩하게 보이지만 사건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영화중반부에 수도사로써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지만 영화속에서 그의 행동은 크게 부정된 행동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것은 당시 수도원의 부패의 모습과 비교되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호르헤와 윌리엄의 논쟁은 추리스릴러라는 장르의 이 영화 속에서 내 입에 조소를 머금게 하기에 충분했다. 호르헤는 비약적인 논리를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이 웃지 않으신다고 주장한다. 윌리엄의 논박에 대해서도 그는 하나님은 웃지 않으시며 웃는 모습으로 묘사된 책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가? 그런데 참 재미있는 사실은 그러한 호르헤의 잘못된 주장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녀로 몰린 여인과 살인의 범인으로 몰린 이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도 위와 비슷한 이들이 벌어진다. 모든 사람이 마녀가 아니라는 것과 그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권력 앞에 모든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그리고 공공연히 동의한다.

 

이처럼 어이없는 규정되어진 사실앞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소견과는 상관없이 동의한다는 것이다. 마치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어진 사실을 따른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단지 영화를 보며 조소하는 데서 머물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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